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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2016-08-24    [조선일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인류 진화와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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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게 왜 입에 그렇게 입맛에 딱 맞는 거냐면,

네 몸이 지방이라면 눈이 뒤집히는 이백만년 전 원시인의 몸이라서 그래.”

 

은희경의 단편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주인공은 우리가 왜 살이 찌는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이어트가 어려운 것은 몸속에 장착된 수백만년이나 된 생존본능 시스템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지방을 모아 저장하는 돌도끼 시대의 시스템으로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의 현대 의미와 건강의 기준은 몸속의 지방을 남김없이 태워 없애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원시적 육체와 현대적 문화 사이의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비만이 인류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뚱뚱해질 수밖에 없도록 진화했다는 것. 미국 헌터대 인류학과 허먼 폰처 교수팀 등 공동 연구자들은 인간이 다른 유인원과 다르게 훨씬 뇌를 더 발달시키며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물질대사를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 인류의 몸무게, 지방 제외 몸무게, 체지방 비율, 총에너지 소비량, 기초대사율, 운동량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인류가 다른 유인원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면서 동시에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인류가 다른 유인원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커다란 뇌를 가졌고 상대적으로 번식력이 높고 오래 사는데, 이러한 특징은 높은 기초대사량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뇌는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뇌는 신체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인간은 다른 유인원보다 3배 큰 뇌를 가지고 있으니 기초대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장수하려면 평소 정비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칼로리가 소비된다.

 

기초대사량이 높으면 기근이 닥쳤을 때 더 위험하다.

지방은 기근과 같은 비상사태 때 몸이 사용할 수 있는 비상식량이다. 지방을 많이 지닐수록 생존에 유리했다.

우리 몸은 여전히 지방을 잘 비축하도록, 그리고 에너지가 되는 가장 직접적인 영양소인 단맛을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다이어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건강을 위해서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설탕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세계 보건 당국이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 섭취량을 10% 줄이라고 권고한다. 현재 매일 섭취하는 설탕, 포도당, 과당 같은 단당류나 자당 같은 이당류 섭취를 10%만 줄여도 과체중이나 비만, 충치 등의 위험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영양 관련 최고 자문 기구인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도 하루 설탕 섭취량을 200kcal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티스푼 12개 분량이다. 많아 보이나? 콜라 1병(473ml)만 마시면 단번에 섭취하는 양이다.

 

 

설탕 과다 섭취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인 식생활의 문제는 쌀이나 떡처럼 탄수화물로 이뤄진 정제된 복합당을 과다 섭취한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양에서는 우리처럼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설탕 같은 단당류에만 관심을 집중하지만, 한국인의 식단은 평균 68%가 탄수화물이다. 성인 하루 권장 섭취 총열량 2,000kcal 기준으로 무려 1,200~1,400kcal가 복합당이란 뜻이다. 복부 비만이나 당뇨가 많은 원인이다.

당분 섭취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밥을 3분의 2로 줄이는 것이다.

풀무원 식생활연구실남기선 실장은 “밥이나 떡, 빵 등 하루 섭취하는 모든 탄수화물 비율을 60%, 단백질과 지방을 각각 20% 수준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식단으로 본다”고 말한다.

 

밥은 백미보다 현미로 지어야 한다. 흰쌀이나 밀가루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은 소화, 흡수가 빠르다.

반면 현미나 통밀, 보리 등 도정하지 않은 통곡식은 소화와 흡수가 천천히 이뤄진다.

남 실장은 “통곡식에 두부나 양배추, 버섯, 무 등을 섞은 영양밥을 지으면 탄수화물 섭취는 낮아지면서 양질의 단백질과 무기질,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어 이상적”이라고 추천했다.

밥과 함께 나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찬이나 지방, 단백질이 들어있는 반찬을 함께 먹어도 소화와 흡수가 느려지는 효과를 낸다.

 

 

반찬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소화흡수를 늦출 수 있다.

 

우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재료는 껍질과 함께 조리한다.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를 지연시킨다.

재료는 큼직하게 썬다. 많이 씹으면 식사 시간을 늘릴 뿐 아니라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너무 익히지 않는다. 날것이나 덜 익힌 음식은 잘 익혔을 때보다 소화흡수가 더디다.

삶기보다는 적당량의 기름을 사용하는 굽기, 볶기 등의 조리법을 활용한다.

삶기보다 기름으로 볶거나 굽는 조리법이 낫다는 게 의외인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지방은 탄수화물의 소화흡수를 지연시켜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해 당뇨가 있는 경우 특히 추천할 만하다.

 

설탕 대신 올리고당이나 매실청을 요리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올리고당은 설탕보다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들어있어서 당 흡수 속도를 늦춰준다.

볶음이나 조림, 구이 등 각종 요리에 사용 가능하고, 찬물에도 잘 녹아 과일 주스 등 음료를 만들 때 시럽처럼 사용하기 좋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양념이나 소스, 드레싱에 단맛이 있는 과일을 넣으면 설탕량을 줄일 수 있다. 고기 양념을 할 때 배, 파인애플, 키위 등을 넣으면 단맛도 내고 고기도 부드러워진다.

단맛이 있는 채소로는 양파가 대표적이다. 양파의 매운맛이 열을 가하면 단맛으로 바뀐다. 양파 말고도 무, 양배추, 배추 등을 듬뿍 넣거나 갈아서 양념처럼 써도 괜찮다.

 

매실청은 단맛뿐 아니라 매실의 풍미와 신맛도 살아 있어서 적은 양으로도 입체적인 맛을 내준다.

집에서 담근 피클이나 장아찌의 절임 물도 단맛과 신맛, 감칠맛을 주어 양념이나 드레싱으로 사용하기 알맞다.

매운맛과 신맛을 활용해 짠맛이나 단맛을 잊게 하는 방법도 있다.

짜거나 달아야 제맛 나는 음식에 청양고추나 식초, 레몬즙을 넣으면 덜 짜거나 달아도 맛이 없다고 느끼지 않게 된다. 꿀이나 메이플 시럽, 아가베 시럽 등 천연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천연 감미료도 많이 넣으면 설탕을 쓰는 것보다 나을 게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감량하고 적정 체중으로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철저하고 꾸준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20년 동안 비만을 연구한 아힘 페터스는 자신의 책 ‘이기적인 뇌’에서 ‘다이어트는 부질없다’고 말한다.

뇌는 다이어트를 ‘비상 상황’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비상조치를 취한다. 뇌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체내 물질대사 균형을 깨뜨린다. 뇌에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긴급히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코르티솔 물질이 과다 분비된다.

페터스는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골격조직과 근육이 감소하고, 피하지방이 복부지방으로 변환된다’고 말한다.

감정과 기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우울증을 유발하고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이처럼 뇌는 다이어트를 단호히 거부한다.

다이어트는 수천 년간 지방을 축적하도록 진화한 우리 몸과 벌이는 힘든 싸움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자.

 

 

 

*본 칼럼은 홈페이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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