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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16-08-24    [풀무원 식생활연구실 남기선 실장]

빈곤한 듯 충분한 건강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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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인터넷의 어떤 검색어에 마음이 끌리시나요?"

 

관심 분야나 취향에 따라 검색을 하느냐 마느냐는 다르겠지만, ‘다이어트’, ‘맛 집’, ‘건강식품’ 등과 같은 검색어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 같아요. 그 검색어들을 따라가 보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와 맞닿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는 ‘포식난의(飽食暖衣)’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휴전 후에 해외 원조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에는 국민 대다수가 영양부족 상태로 살았고요.

그래서 단백질 부족으로 생기는 ‘쿼시오카’, 비타민 B1 부족의 ‘각기병’, 비타민 D 부족의 ‘구루병’ 등의 질환들이 낯설거나 먼 나라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이런 병명들은 교과서를 통해서나 알게 될 뿐, 주변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질환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영양 부족이나 결핍이 아닌 ‘영양 과잉’, 또는 ‘영양 불균형’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잠시 한번 우리 주위를 둘러볼까요?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 중 몇 명은 당뇨병, 또 몇 명은 고혈압, 혹은 어쩌면 뇌졸중이나 암으로 투병 중인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우리 국민의 30% 정도가 비만이고, 성인의 40% 이상이 대사증후군이며 전체 사망자의 30% 이상은 암 때문에 세상을 떠납니다. 특정 질병은 없는 듯 보이지만 기력이 없고 늘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자는 경쟁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도 하고, 내 탓 아닌 남의 탓, 환경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영양 불균형’적인 식생활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적게 먹어야 할 것은 너무 많이, 충분히 먹어야 할 것은 부족하게 섭취하는 잘못된 식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엔 일 년에 한 두 차례 보양식으로나 챙겨먹던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 식품이 일상식이 되었고, 푸성귀는 값어치 없게 여겨져 식탁에서 뒷전으로 밀리다 보니,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소, 피토케미컬과 같은 미량 영양소는 결핍 직전의 상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음식점에서 한 상 가득 푸짐하게 나오는 음식은 보는 이의 눈을 흐뭇하게 해서, 먹기 전에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이런 상차림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혹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조심해야 할 상차림이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한 상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다 보면 내가 먹는 음식의 양은 알 수가 없으니 당연히 섭취량을 조절하기 힘들어집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나온 음식을 맛이라도 보려면, 또는 음식 값이 아까워, 버려지는 것이 아깝다며 먹다 보면 과식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 상차림을 살펴보면 찬을 무조건 많이 준비하는 것이 필수덕목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기본적인 3첩 반상의 예를 들면, 밥, 국, 나물 한 가지, 구이나 조림 한 가지, 마른반찬 한가지의 세 가지 반찬으로 구성되고, 또한 여염집들 모두 식구들마다 독상을 받았다고 해요.

그야말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이 영양적으로 적절한, 본인의 먹는 양까지 저절로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푸짐하게 많이 차려 있어야 흡족하고, 체면이 선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배고팠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학설 중에서 가장 유력하게 검증된 결과는 과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100세 이상 장수노인들의 식사습관을 살펴본 연구에서도 장수의 비결을 과식하지 않는 규칙적인 식사로 꼽고 있습니다. 바로 소박하지만 균형 잡힌 식사야말로 건강한 식단의 기본인 것입니다.

먹던 못 먹던 푸짐하게 차리는 습관이 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것이 합리적인지 알아야겠지요. 어린 아이는 배가 고플 때 젖을 빨고, 만복감을 느끼면 스스로 젖 물기를 멈춥니다.

 

인간은 이렇게 선천적으로 내 몸에 필요한 만큼만 먹을 수 있도록 작동하는 ‘자동조절장치’를 갖고 태어났지만, 산해진미로 풍성해진 식탁은 이 기능을 마비시키곤 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가정에서도 식구들이 먹을 양을 가늠하여 음식을 준비하고, 각자 필요한 만큼만 담아 식사를 차림으로써, 고장 난 기능을 회복하도록 애써야할 때입니다.

 

인류의 역사로 보면 먹거리가 풍족한 시간은 불과 100년도 채 안 되는 찰나에 지나지 않고, 오랫동안 먹거리가 부족한 삶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부족할 때를 대비하여 적응하도록 진화되었고, 우리의 유전자는 아직 잉여의 영양분을 처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내지 못했습니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여전히 기아의 어려움 때문에 허덕이고, 한편에서는 풍족함이 재앙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이제는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해요.

 

특별히 ‘웰빙(Well-Being)’이나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나 하나의 건강이 아니라 한정된 지구 자원 속에서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면서 건강과 행복을 찾을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겠지요.

 

또한 나의 몸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얻기 위해서는 식물이건 동물이건 다른 생명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이와 함께 그 음식을 생산한 이들의 희생과 노고를 생각할 때 숙연한 감사가 따를 수밖에 없고요.

어떤 검색어로 접근한다고 해도, ‘빈곤한 듯 적정량만큼 감사하게 먹는 것’, 그것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고급정보가 아닐까요?

 

 

 

*본 칼럼은 홈페이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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